뒤쪽이 진실이다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너그럽고 솔직하고 용기있는 사람이 내게
왔다가 돌아서서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겉모습에
불과했었음을 얼마나 여러 번
깨달았던가. 돌아선 그의 등이
그의 인색함, 이중성, 비열함을
역력히 말해주고 있었으니!
동성애자들은 멋진 인조유방을 만들어 붙일 수 있지만
그들이 남자임을 숨기지 못한다.
인간의 뒷모습이 보여주는 이 웅변적
표현에 마음이 쏠린
화가가 한둘이 아니다.
>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의 제목은 ‘뒤쪽이 진실이다’. 친구는 내게 진실이란 자연과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여성으로 받아들이고 유방확대술을 했지만 여전히 등엔 단단한 근육과 견갑골이 들어선 당시 어떤 트랜스여성의 모습을 상상했다. 외로운 뒷모습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젠더디스포리아와 호르몬 치료에 대해 찾아보았다.
머리털
머리털은 뒤에서 보는 것임을
누군들 모르겠는가? 정면에서는 얼굴이
이자리를 독차지하고 관심을 끌기에
한갓 사진틀인 양 위와 왼쪽 오른쪽으로 밀려난
머리털은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데밖에는 존재 이유가 없네.
뒤에서는 머리털 저 혼자서 가득히
흘러내리니,
…
나는 나를 위해 세수하고
옷을 차려입지만 머리는 너를 위해 매만진다.
> 뒷모습에 있는 머리의 존재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했다. 머리를 나를 돋보이게 하는 하나의 외모로만 생각했다. 내게 머리는, 앞모습의 머리였다. 뒷모습의 머리는 항상 뒤로 밀려나있었다.
우정
가정에는 나이, 성, 권위가 각각 다른 완전히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아빠, 할머니, 엄마, 동생, 누나.. 이들에겐 저마다의 지위와 특권이 있다. 열정, 사랑, 시샘, 공모, 질투, 정이 지배하는 이 생물학적 환경 속에는 정의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 학교에 가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어린아이는 거기서 나이와 성과 권리가 동일한 사회집단-교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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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많은 부분에 동의하지 않고 때론 저자의 부르주아적, 남성우월주의적, 인간중심적 시선이 불쾌하기도 하지만 저자가 뒷모습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내 주변 존재했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대상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