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말하는 몸 속 근원 다듬기

1.

내 목에 있을 후두연골을 생각하며 그렸다. 후두연골을 바라보며 그 안에 있을 성대를 상상했다. 호흡을 통해 공기가 성대를 때리고 목소리가 난다. 나는 소리를 낸다. 소리로 의미를 만들어 사람들과 소통한다. 이런 일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내가 그린 눈 앞 후두연골을 보며 새삼 실감한다. 그 다음으론 내가 만들어진 과정을 따라가며 점토로 빚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2024, sketch on paper(draft image)

2.

근 5년간 나는 언어와의 싸움을 계속해왔다. 감정, 관계.. 세상은 묶을 수 없는 추상적인 것들을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그대로, 존재하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되는 것일까?

언어가 나오는 실질적 근원은 뇌가 아닌 목이다. 소리다. 소리는 성대의 근육과 이를 둘러싼 뼈를 이용해 나온다. 언어를 인정하는 행위로 나는 소리가 나오는 성대와 성대를 둘러싼 뼈를 빚기 시작했다. 영상 속 나는 방패연골을 빚고 있다. 찰흙의 질감을 느끼며 오랜 기간동안 치뤘던 언어와의 투쟁을 서서히 마무리하고 있다. 그동안 관계도 감정도 참 힘들었다.

2024, draft image